[독후감] 서재 결혼시키기

  • 지은이 : 앤 패디먼
  • 옮긴이 : 정영목
  • 출판사 : 지호
  • 원제 : Ex Libris

나름 활자 중독이라고 자부생각했던 시절이 무색하게, 요즘은 책 읽는 시간과 기회를 많이 놓치고 있다. 경쟁 상대는 스마트폰에 쏟아져 들어오는 RSS 피드들. (그쪽도 글자이긴 하지만)

그러다가 페이스북에서 맘에 드는 문구(아래)를 발견하고 공유를 했는데, 회사 동료가 <서재 결혼시키기>라는 책에 나온다며 빌려주겠다고 하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넙죽.

내 딸은 일곱 살인데, 다른 2학년 부모 가운데는 자식이 재미삼아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 집에 가 보면 아이들 방에는 값비싼 책들이 빽빽하지만, 부모의 방은 텅 비어 있다. 그 아이들은 내가 어렸을 때 경험한 것과는 달리 자기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반대로 현관에 들어섰을 때 책꽂이에 책이 보이고, 침대 맡 탁자에 책이 보이고, 바닥에 책이 보이고, 화장실 수조 위에 책이 보이면, '내 방! 어른은 출입금지'라고 적힌 문을 열었을 때 무엇이 보일지 안 봐도 뻔하다. 물론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다.

책에 대한 애정

모든 페이지에 묻어 나는 내용은 바로 책 혹은 글자에 대한 열렬한 애정. 나도 똑같이 글자를 사랑하지만 대하는 방식에서는 좀 다른 면도 있었는데, 혹시 앤 패디먼의 방식대로 글자를 사랑하면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싶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건 바로...

책을 신성시하려는 관습 없애기

책에 메모하지 않는(혹은 아무 것도 묻히지 않으려는) 습관. 아주 어릴 적부터 책에는 찍힌 글자 외에 다른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살다보니 완벽주의를 추구하기란 쉽지 않아서 실수로 뭐가 좀 묻는 건 허용을 하곤 했다. 그러다 <서재 결혼시키기>를 읽고 나서는 전향적으로 메모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내 글씨가 아주 못생긴 편이어서 아직도 펜을 들기가 꺼려진다는 게 남은 과제. (연필로 연습을 해볼까? 만년필이 그렇게 좋다던데? 도대체가 책을 읽어야 책 구석에 메모를 하겠지...)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나도 어느 집에 가면 그 집에 있는 책부터 주르륵 훑곤 한다. 시간이 많으면 꼼꼼히 살피고. 그러다보면 집 주인(아니, 책 주인인가?)의 지식 지도가 대충 그려지고, 그 집에 머무는 동안 대화꺼리도 더 풍성해진다. 간단하게는, '이 책 어때요?'부터 시작해서 '이 분야 전공이세요?', '이건 처음 듣는 분야인데 뭔가요?'.

이게 조금 역효과를 불러올 때도 있는데, 나와 특정 주제에서 (이를 테면 정치) 정 반대 성향을 보이는 책들이 눈에 띈다면 그 주제는 다루기가 민감해진다. 그리고 책 주인에 대한 편견도 생기고.

감상

책을 읽으면서 내용에 공감도 하고, 질투도 해보고, 지나치다는 생각도 하고...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했던 책'들을 계속 떠올릴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이런 책을 몇 권 더 읽으면 아내님과 전쟁이 시작될 것도 같고. (지금도 책장이 비좁다.)

읽기의 즐거움. 잠시 잃었다가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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